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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100세에 받는 혜택

시카고 여행 이틀째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이 8달러 59센트나 됐지만 한끼 식사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 문을 나서니 바로 옆에 도넛 체인점이 있었다. 도넛 한 개와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크레딧카드로 결제하려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직원인 흑인 소녀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고맙게 커피와 도넛을 먹고 도넛 가게를 나섰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직원이 돈을 받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확실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다음 날은 시카고 예술박물관(Institute of Arts)에 갔다.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원이 지금은 멤버십이 있는 사람만 입장하고 일반인은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매표소는 건물 안에 있었지만 입장권 판매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한 안내원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를 보더니 매표인에게 데리고 갔다. 입장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나는 무심결에 나이가 100세인데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매표원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두말없이무료입장권(com ticket)을 끊어 주었다. 박물관에는 아시아에서 온 불상, 한국의 도자기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별도의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무료입장권을 보여주자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이 예술박물관에 세 번이나 더 갔다. 다른 박물관들도 내게 무료입장권을 줬다. 무료입장권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도넛 가게 소녀가 도넛과 커피값을 받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100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도록….  서효원 / LA독자마당 혜택 시카고 예술박물관 도넛 가게 도넛 체인점

2023-10-03

[글마당] 소원 교향곡

30여 년은 부모님 덕에 공부했다. 30여 년은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키우며 작업했다. 남은 삶은 내가 선택한 작업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집을 떠나 공부하며 여행하고 직장 다니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세상 떠돌다 보니 자기가 태어난 곳이 제일 좋다며. 그렇다면 내가 집을 떠날 수밖에 없다.   2014년 초 나는 브루클린을 떠나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로 왔다. 와서 보니 가격이 높은 홀푸드만 있고 내 수준에 맞는 장 볼 곳이 없었다. 나는 IKEA와 Trader Joe‘s를 좋아한다. 생각날 때마다 트레이드 조가 가까이에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오픈했다.     이왕이면 한국 마켓도…. 조금 걸어가야 하지만 한아름도 들어왔다. 다시 내가 가끔 즐겨 먹는 Shake Sake 햄버거가 들어오기를 바랬다. 드디어 나의 산책로 반경 안에 오픈했다.     이번에는 재미 삼아 코로나 백신 맞은 증명을 보여주면 무료로 도넛을 준다는 ’krispy kreme 도넛 가게야 들어와라‘ 중얼거렸더니. 올봄에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오픈했다. 아쭈, 원하면 다 들어오네. 다시 한번 더 Target이 들어오면 어떨까 했더니만, 올가을에 떡하니 서너 볼록 떨어진 홀푸드 앞에 오픈했다. 내 사랑 아이키아가 들어오기를 원하지만, 넓은 쇼룸을 갖춰야 하기에 힘들 것 같다.      “엄마, 나 이벤트에 당첨돼서 돈 받았어요.”     작은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하길레 나도 위에 열거한 가게들을 말하면서 “엄마가 원했던 가게들이 동네에 다 들어왔다. 신기하지. 원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좋은 작품과 글을 쓰고 싶은 것인데 차마 주문을 외울 수가 없다. 이 두 가지가 엄마에게는 제일 중요한 일인데.”   “엄마가 원하던 세 가지가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안될 거예요.”   “리필이라는 것도 있는데. 다시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글쎄요. 한 5년 즈음 후에나 효력이 발생할지? 시효기간이 지나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5년 후에 다시 원하는 것을 주문해 보라는 뜻은 그 기간 엄마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아이의 충고가 아닐까?     내가 원했던 가게들이 장바구니 끌고 걸어가는 거리 안에 생겨서 삶이 편해졌다. 그러나 정작 늘 꿈틀거리며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며 내 마음을 뒤흔드는 그림과 글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능력과 노력에 달렸기 때문에 바랄 수 없는 일이다. 쓸데없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폭포수의 물줄기 같은 일상사를 정리하고 오직 한곳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작업을 겨냥해 똑똑 떨어지게 몰두해야겠다.     독자님들, 어려웠던 2021 잘 마무리하시고 포근하고 건강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교향곡 소원 소원 교향곡 도넛 가게 기간 엄마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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